2025 장수쿨밸리 트레일 러닝 대회 후기

장수쿨밸리 트레일 러닝, 2025년 올해가 두번째 개최되는 해다.

‘장수트레일레이스’라는 대회는 유튜브를 보다가 여러번 접했던 트레일 러닝 대회라서 익숙했었는데, ‘장수트레일레이스’의 외전격으로 한여름, 뜨거운 한여름 8월 2일에 ‘장수쿨밸리 트레일 레이스’대회가 열린다.

지난 5월 광화문을 달리러 나갔다가 얼떨결에 인왕산으로 올라가서 트레일 러닝을 처음 맛봤다가, 6월부터는 망우-용마-아차산을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고, 트레일 러닝 매력에 빠졌다. 산은 무더운 여름에도 늘 나무 그늘이 있고, 풍경과 바람이 있고, 흙 길은 아스팔트보다 푹신하고 덜 뜨거웠다. 그래 이거야…!!

서울 100K 대회 50K 코스를 나가볼까 알아보니 UTMB Index 혹은 ITRA 포인트 증명서가 있어야 50K 출전이 가능하단다. 그래서 다른 대회를 알아보던 중 ‘장수쿨밸리 트레일 레이스’를 신청하게 되었다.

과연 한여름에 대회를 뛸 수 있을까 걱정이었지만, 두근두근했고, 열심히 준비했다.

6월부터 대회전까지 망우산-용마산-아차산 코스와 인왕산-북한산 코스를 10회 이상 달렸다. 안타깝게도 7월 21일 아킬레스,신스플린트 부상으로 마일리지가 멈춰버렸고, 대회 당일도 부상 부위로 편하지는 않았지만, 결국 열심히 잘~ 완주했다.

8월 1일 금요일, 휴가를 냈고, 아침 부상 점검런을 해보니, ‘아..이대로는 안되겠다.’싶어서 바로 병원으로 갔다. 이번 부상으로 두번째 방문이고 이미 3일전 방문때 주사치료까지 받았지만, 내일이 대회라며 주사를 한번 더 달라고 했다.

약처방, 주사치료, 체외충격파, 물리치료 세트로 받고 전주로 출발한다.

대회장인 전북 장수군이 아닌 전주로 가게된 이유가 있다. 1) 장수군 숙박이 쉽지 않았고, 2) 청주에 들러 어렵게 찾은 295사이즈 신발(써코니 엔돌핀 프로4)을 구매해야 했으며, 3) 오래전 전주에 내려갔던 동료 친구와 저녁이라도 하고 싶어서 대회장과 50분거리인 전주에 숙박을 예약했었다.

삼천포로 잠시 빠지자면,
나는 내전이 심한편이라 뉴트럴 러닝화로 달리는 것은 아직 무리다.
아식스 젤카야노30, 31 그리고 써코니 템퍼스2, 호카 아라히7, 트레일은 써코니 엑소더스 울트라3를 가지고 있는데, 호카 아라히7은 나와 맞지 않아서 신발장에 놀고 있으며, 써코니 템퍼스 2는 주로 대회용으로 신는데, 가끔 조깅으로 신을때면 불편하거나 부상이 생기거나 했다.

지난 7월 21일 부상이 발생한 이유는 평소 조깅으로 신지 않던 템퍼스2로 달린 것이 첫번째 이유, 평소같이 않게 오버 페이스로 달린 것이 두번째 이유, 7월 마일리지가 당시 이미 200k를 넘어서는 오버트레이닝 때문이 3번째 이유라 생각하는데, 신발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믿는다.

안정화인 템퍼스2로도 부상이 온다면 차라리 처분하고 안정적인 카본화로 대회를 준비하는게 낫지 않은가? 라는 생각으로 매장별로 다니면서 카본화를 신어봤고, 가장 안정적인 써코니 엔돌핀 프로4를 선택했다.

다만, 사이즈 ㅠㅠ 사이즈가 문제다. 그나마 재고가 있는 290을 할인해서 잘 샀는데 맞지 않아서, 온라인 재고가 전무한 295를 찾다보니 결국 청주 ABC GS까지 가게 된 것이다. (추가)할인도 못 받고 말이다. 정확히 5만원 차이가 났다. 허…….왕발의 서러움.

전주 숙소에 가보니, 이게 뭐지?
난 분명 한옥을 예약했는데, 신축 빌라로 가라해서 가봤더니…웃프고 당황스러운 방이다.
전주에 왔으니 좀 불편해도 한옥에 하루 자고 싶었는데, 그냥 불편하기만 한 방을 배정받았다. 아쉽지만 그냥 자야지.

12시 넘어 겨우 잠이 들었고, 새벽에 구운계란 먹으며 대회장으로 출발한다.

8시 20분 출발인데, 꽤 일찍 도착했다.
보통 마라톤 대회는 배번표와 기념품을 보름전쯤에 택배로 보내주는데, 이번 대회는 현장에서 본인확인/출석체크를 하고, 배번표와 기념품을 수령했다.

그러고보니 현장에서 기념품 사진찍을 생각도 못 했네.

나는 C조였는데, 아마 D조까지 있었던 것 같다.

대회장에서 아는 분을 만났다. 아는 분이지만,처음 보는 분이기도 하다.
네이버 카페에서 오랜기간 소통했던 분인데, 서울/경기도 아닌 전북 장수에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퐈이팅입니다!

출발하고 난뒤부터는 사진찍고, 영상찍을 겨를도 없었고, CP1까지는 미친 업힐밖에 없는 코스라 고난의 연속이었다.

CP1까지 급격하게 오르는 경사에 초반부터 심박 170을 넘겨버린다.
용마산-아차산 코스나 북악산 코스로 거리 16k, 상승고도 750m까지는 여러번 경험했으니 200m만 더 오르면 된다는 가벼운 생각이었는데, 4.8k 거리에 위치한 CP1 고도가 800m이 넘어버리니 맨정신으로 오르기가 정말 힘들더라.

대부분이 그늘이긴 했지만, 8월 2일 한여름 뙤약볕은 너무나 강렬했고, CP1이 없었다면 과연 계속 이어갈 수 있었을까? 엄두가 나질 않는다. 이제 고작 5km 왔는데 말이다.

CP1부터 CP2까지는 정신이 없었다. 끝없는 산길, 끝없는 내리막 계단, 중간 중간 나타나는 중간 보스급 업힐의 연속이었다.

예상외로 너무나 잘 달리는 여성 러너분들을 보면서 달리는 내내 놀랐는데, 대부분은 내 눈앞에서 사라졌다. 정말 대단하다. 그리고 다운힐을 날라다니는 분도 봤는데, 저러다 어디 부딪히기라도 하면 큰 사고가 날텐데? 무서운 속도로 내려가더라. 대단한 사람들이 많다.

도대체 언제 CP2가 나오나…했던 CP2를 드디어 만났고, 화장실까지 다녀왔다.
CP2 이후는 산책로를 달리는 코스인데, 4km 완경사 업힐 후 반환이다. 이미 온몸이 털린 상태지만 끝까지 달려보자.

반환점까지는 아스팔트 산책로, 데크길, 자갈길이 섞여있는데, 대부분이 자갈길이라 발목에 무리가 많이 가서 보폭을 최대한 짧게 달렸다. 아무리 노력해도 털린 몸이 너무 힘든 타이밍이라 계곡에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던 찰나에 코스 중간 중간 계곡에 배치된 운영진들이 물총으로 물을 뿌려준다. 그 작은 물줄기만으로도 온몸이 다시 살아나는 기분이 들더라.

나는 분명히 2시간 40분정도 달리지 않았을까? 생각했지만, 한시간을 더 달렸더라.
당황스러웠다. 내가 4시간동안 달렸다고??? 잘 달리고 못 달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긴 시간을 산속에서 달렸을거라곤 상상 못 했다.

부상부위? 희안하게도 부상부위는 오히려 편해졌다.
급경사 오르막이 많았는데, 발목과 종아리 부근이 스트레칭된 모양이다. 그리고 흙길이 준 선물같기도 하다. 아스팔트를 달리는 로드의 충격과는 많이 다르거든.

어쨌든 완주했다. 피니쉬라인을 통과하는 순간은 언제나 감격스러운데, 오늘은 특히 더 그렇다. 처음 경험하는 트레일 러닝대회, 너무 뜨거운 8월 2일, 피니쉬라인에서 들려오는 계곡물 흐르는 소리, 시원한 얼음물 모든게 완벽했다.

다시 집으로 복귀하려면 거의 4시간을 올라가야 하지만, 완벽한 1박2일을 보냈다.

내년에 다시 보자. 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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